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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은 입 안에 감도는 쇠 맛을 헹궈내기 위해

 

 

 

 

미옥은 입 안에 감도는 쇠 맛을 헹궈내기 위해

 

 

 

 

 

 

 

 

 

 

 

 

 

 물 한 모금을 마셨지만 영 개운치가 않았다.

서비스로 나오는 원두커피를 마셔도 마찬가지였다.

입덧이라도 다시 하려는 듯 속이 좋지 않던 그녀는 늦은 저녁으로

오그라들었던 허기가 위액까지 들 끊는 헛구역질로 돌변하는 것을 느꼈고,

고소하던 버터향도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건너편 남자가 계산을 치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홉시 삼십분이 넘었기에 미옥도 어렵게 리조또를 몇 점 떠먹다가 티슈로 입을 닦았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눈 흘김으로 몇 점 먹지 않은 리조또가 체기로 바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주인은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민 그녀에게 입맛이 없어서 그러냐는 둥,

맛이 변했냐는 둥 호들갑을 떨다가 다음에는 석현과 같이

오라는 말을 빼먹지 않고 적당히 말을 매듭지으며 거스름돈을 내어 주었다.

 

 

 

미옥을 배웅하는 풍경소리가 가게 안에 아늑하게 울려 퍼졌다.

바깥으로 나온 그녀는 가장 먼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내뱉는 것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