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4월15일 미국에서 오던 한국행 비행기 1996년4월15일 미국에서 오던 한국행 비행기 나는 다시금 유서를 들여다보았다. 머릿속을 따끔거리게 만드는, 빨간색 유성매직으로 크게 쓰인 문구. '모두 고마워'. 그러나 그 종이엔 그 문구만 있는 게 아니었다. 피처럼 진한 색으로 쓰인 다른 문구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흐릿한 형체로 나타났다가 어느 샌가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아주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다른 조문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난 세정이와 준호, 은지 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비단 나만 그 문구를 본 게 아니란 것을. '모두 고마워 나를 죽게 만들어줘서' 그 문구가 어떻게 보이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림이를 그렇게 만든 죄책감이 빚어낸 결..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