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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불협화음 속에서 그는 아침식사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런 불협화음 속에서 그는 아침식사를 계속 하고 있다

 

 

 

 

 

 

 

 어떠한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아침식사를 마친 K씨는 화장실에서 일회용 면도기로 면도를 한다.

그리고 비누로 세수한다.

 

 

샴푸로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닦은

변기에 앉아 신문을 펼쳐든다.

그의 눈은 펼친 신문 속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은 없다는 듯이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신문의 활자 사이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는 시계를 본 후 이제 출근할 시간이 되었다는 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온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침대 위 놓여 있는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

그의 아내가 아무 생각 없이 골라서 올려둔 옷들이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골라준 옷들을 그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주섬주섬 입기 시작한다.

그러다 셔츠의 제일 마지막 단추를 잠그면서 그는 이 옷이 어제 입었던 옷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옷들이 워낙 평범해서 거기서 거기이기에 헷갈렸다

 

 

생각하고 잠그던 단추를 마저 잠근다.

결국, 그 옷들이 어제 입었던 옷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을 골라준 아내도, 그걸 입은 그도.

 

 

옷을 다 입고 집에서 나와 K씨는 승강기 앞에 서 있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그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간다.

승강기 안에는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이 있다.

 

 

하지만, 승강기 속 네 사람은 인사는커녕

서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네 대의 승강기를 타는 것처럼.

승강기 속에서 정적이 흐른다. 너무도 예견된 정적이다.

 

 

하지만, 그 정적을 깨는 소리가 난다.

그가 아닌 다른 남성의 가방에서 나오는 휴대전화 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