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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에 놀러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그녀의 집에 놀러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졸업 이후 고등학교에 올라가선 크게 연락을 하지

않다가 대학교에선 완전히 연락이 끊어졌었다.

그런데 막상 죽었다는 말을 들으니,

믿기지가 않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세정이의 목소리가 그것이 진실이란 걸 상기시켜 주었다.

장례식장으로 올 거냐는 세정이의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물론 친구였던 건 확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보단 단순히 '아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게 와 닿았었는데. 어떡할까.

그래도 가는 게 좋겠지, 라고 판단하여 가겠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에서 7시에 보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 동산병원은 가까우니까 충분하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겠지.

검은색 정장을 다려놨던가? 난 과제를 내일 끝내기로 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멈춰 서서 환호성을 내었다.

나를 따라 나오던 한 커플은 휴대전화길 꺼내더니 사진을 찍었다.

 

 

옆에 서 있기가 민망하여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12월 초인데 벌써부터 함박눈이라니.

기상 이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일 텐데.

지구가 망해간다는 이야기들이 맞기는 맞나보다.

 

 

얼마 전 멸망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나왔었지.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죽어버린 그림이는 행복한 걸까?

갑자기 의문이 떠올랐다. 그래도 멸망한다는 날까지는 살고

싶었을 텐데. 아, 자살이랬지? 뭐, 자살은 본인의 선택이니.

 

 

집에 가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길 위에 쌓여 사그라지는 눈처럼 내 생각들도 녹아 없애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