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서준호 네가 전화를 걸었었지

 

 

 

 

서준호 네가 전화를 걸었었지

 

 

 

 

 

 

 

 

 

 

준호는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식. 알고 있었냐? 절대 눈치 못 챌 줄 알았는데.

하긴, 지금 이 목소리 듣고도 모르는 사람이 바보겠다."

 

 

여자 같았던 그의 몸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단번에 보여주었다.

좁은 어깨는 당장에 보디가드로 채용해도 될 정도로 떡 벌어져 있었고,

섬세하던 손가락은 주먹질이라도 몇 번 한 듯 거칠고 뭉툭하게 변해 있었다.

 

 

잘 지냈냐는 그의 상투적인 물음에 그럭저럭, 하고 얼버무렸다.

곧이어 세정이가 은지와 함께 왔다.

그의 뒤에는 낯설지 않은 얼굴도 함께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여드름 자국. 사시사철 잘 어울리는 스포츠머리.

단단한 근육질 형체가 으뜸이었던, 그림이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되는 혁주였다.

 

 

 

내가 혁주를 향해 오랜만이라고 외치자 그 역시 단단한 손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모인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 전부였다.

연락이 되는 사람들 중 그나마 시간이 남는 사람들이었다.

대학교 올라가서도 그림이와 친한 혁주가 장례식이 있다고 모두에게 알린 거란다.

 

 

그리고 나와 연락이 닿는 세정이가 내게 말해준 거고.

탁자 하나에 둘러 앉아 우리는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세정이에게 곤란한 얘기가 나올 때 마다 그녀는 헛기침으로 얘기를 끝맺었다.)

 

 

그림이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데,

문득 뭔가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과 다른 무언가.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 줄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모두 쓸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이야길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